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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교 멸망기 06 (완결)
천사교 멸망기 2006/10/03 01:13 |
천사교 멸망기.
06 - 에필로그
귀찮다는 듯 하일도는 용사지망생을 바라보았다.
공주를 잡아서 묶어놓기는 했지만 수도까지 옮겨줄 인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백작가에 지원을 요청하자니 연락수단도 마땅치가 않고 연락이 닿았다 해도 하이들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것저것 재어보다가 쓸모없게만 느껴지던 용사지망생이 하일도 눈에는 구세주처럼 보였다.
“너 이름이 뭐냐?”
“재수없는 노친네. 참 빨리도 물어본다.”
“아리야, 이 오빠에게 뭐라고 했니? 응? 나 화낸다.♡”
밧줄에 묶여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된 상태여도 입은 살아서 빈정대는 엄아리. 자칭 엘리자벳 공주였다.
항간에서 열혈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롤리타 패션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제정신에 입을 수 있을까 싶은 화려한 드레스와는 안 어울리게 입이 반자는 튀어나온 엄아리를 보면서 하일도의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다짐하는 용사지망생 폴이었다.
산허리 근처에 조그만 밭을 일구고 자급자족하며 몇 년째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역시 평화가 좋은 거야. 아무렴.”
아침 해가 창가에 스미는 광경을 기분 좋게 바라보며 오늘은 어떤 작물을 수확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빵에 잼을 발라 입으로 옮겼다.
“유기농이라 더 맛있는걸. 나는 솜씨도 좋다니까. 하하하.”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기세 좋게 밭으로 나아갔다.
세계 도처에 몇 안남은 용족의 후손으로 수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고 마신 토벌에서 공을 세웠다고 알려진 용사지만 사실은 하일도와 어울려 다니며 사고 치다가 장로회에서 징계를 내려 레어를 압수당했다.
결국 레어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착해서 징계가 풀릴 때까지 인간처럼 생활하라는 징계에 처해졌고, 처음에는 용족 수장 체면에 인간생활이 왠 말이냐 반발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징계고 뭐고 계속 이 생활을 지속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속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장로들은 자신들 수장이 아무리 어려서 철이 없다고 해도 단순 농사꾼 체질이라 징계가 안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오늘따라 새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거 같은데? 손님이 오려나~”
그저 태평하게 밭고랑을 갈고 있는데 저 멀리 산비탈에서 사람 모습이 점점 다가 왔다.
징계 먹고 근신중인 젊은 용족은 의심스럽다는 듯 연신 눈을 비비고 바라봤다.
“여~! 용족친구 토마지우스. 그새 나 잊었냐?”
“내가 인간친구 하일도를 잊을 리가 없잖아. 같이 마계에 쳐들어갔다가 징계까지 먹었는데 말이쥐~. 근데 오늘은 혼자냐? 우람은?”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합류하겠다고 연락 왔어.”
“좋아. 내가 작년에 빚은 술을 오늘 꺼낸다.”
“오오. 기대하마.”
토마지우스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하일도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오늘 하루는 농사고 뭐고 때려치고 대낮부터 술판을 벌일 준비를 했다.
이 역시 장로회 늙은이들이 알았다가는 대부분 고혈압으로 자리에 들어 누울만한 일이지만 무시했다.
“야, 폴. 배고파. 뭐 없냐.”
“아까 산 ‘돌 방망이 샌드위치’ 나눠 드릴게요.”
“젠장 우리 수도성국에는 점포가 하나밖에 안 들어와 있는데 대륙에는 여기저기에 프렌차이즈야.”
“그거야 수도성국이 특이한경우고요. 일단 드세요.”
용사지망생 폴과 자칭 엘리자벳 공주인 엄아리는 수도성국으로 향하는 대로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 사이좋게 샌드위치를 나눠먹고 있었다. 아마 햄버거 체인점에서 햄버거를 샀다면 엄아리는 치를 떨면서 폴을 걷어 차버렸을지도 모른다.
에나멜 광택이 잘 어울리는 굽 높은 구두는 때로는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하일도에게는 어째서인지 엄아리가 가진 통상적인 공격기술이 통하지가 않았다.
제한되어있기는 하지만 일부에서 속칭 오타쿠들의 성지(?)라고도 불리 우는 수도성국.
엄하리는 급사부대가 수선을 떨자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서류를 뒤로한 채 집무실에서 나왔다.
관광객이 빠져가나 한산한 틈에 결재서류를 처리하고 있다가 이렇게 빠져나오는 일도 드물다.
늘 도망치려고 하면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급사부대가 몰려들어 갖은 협박을 해왔는데 오늘은 그런 일이 없다.
“무슨일이지?”
소동 중심지에 다가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았다.
“공주님이 연행되어 오셨어요.”
“핸섬남 이예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
“꺄~ 난몰라. 일도님은 강공 분위기지만 폴님은 떡대공??”
“어머 어머. 은근히 국왕님이 수처럼 보이는 공일수도 있어요.”
나름대로 정상적인 인간이 보고 싶다.
말 한마디먼 건넸다가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호모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내공의 소유자들은 이제 사양하고 싶다.
저런 인간들이 수도성국에 [메이드 숍]이라는 가게를 내고부터는 어째서인지 어둠의 오라를 내뿜는 무리들이 증가하고있었다.
전전대 대륙의 마지막 국왕이 재위하던 무렵부터 뭔가 잡지를 만들어 통신판매도 한 듯 하다.
통신판매 이야기는 우연히 하일도가 몸조심 하라는 의미로 흘리고 갔기 때문에 알게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남자를 공과 수로 나눠 커플로 만들고야 마는 신경이 이해 불가다.
머리 한쪽이 쑤셔오는 것을 참으며 공주와 폴이 기다린다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면 아리도 메이드들과는 다르게 롤리타 의상이 관련되면 눈빛이 변했지. 눈빛이 변하는 대상이 다를 뿐 근본은 똑같은 거야. 똑같아.”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스트레스는 엄아리를 야단치고 잔소리 하는 걸로 풀어야 하나보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음식을 모조리 싸들고 가출한 내용부터 잔소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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