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교 멸망기 04
천사교 멸망기

2006/09/26 12:39

http://blog.naver.com/kizu80/100029019670

 

천사교 멸망기.


04 - 구원요청.




“천사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수도성에서 국왕인 오라버니 엄하리가 위통과 두통으로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을 때 자칭 엘리자벳 공주인 동생 엄아리는 지상에 강림한 천사가 새장 속에 앉아있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며 시중을 들고 있었다.

길게 내려뜨린 천사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정리하며 엄아리는 감탄을 내뱉는다.


천사를 모시고 있는 방은 신전의 정중앙에 만들어진 거대한 홀이었으며 누구든 자유로이 왕래하기 쉽게 출입구에는 문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천사님을 방이 아니고 홀에 모신 이유는 크고 튼튼한 새장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교주 햄버거가 교단 누구나 천사님을 알현하고 축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교주님 오셨습니다.”


교주의 시중을 들고 있는 시녀가 천사에게 새장 밖에서 공손히 절한 후 물러갔다.

햄버거라는 이름과는 달리 불포화지방이 전혀 포함 되어있지 않아 비교적 마른 듯한 모습을 한 남자가 뒤쪽에 여신도들을 줄줄이 거느리고 나타났다.


“슬슬 저희에게 축복을 내려주실 때가 되지 않았나이까?”


천사는 무표정하게 교주를 바라볼 뿐이었다. 엄아리는 천사님을 모시고 있는 몸으로 대신이라도 대답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교주님. 천사님은 아직까지 한마디도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언령(言靈)의 힘 때문에 자제하시고 계신 게 아닐는지요.”

“허허허. 듣고 보니 신도님 말씀도 그럴싸하게 들립니다.”


엄아리가 교주의 질문에 천사를 대신하여 나름대로 그럴싸한 대답을 했다고 뿌듯한 기분일 들었다.

천사님의 직속 시녀라는 위치가 교주와 자연스럽게 대화해도 다른 신도들에게 반반을 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새장 속에서 천사는 속으로 우스운 광대 짓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웃고 있었다.

어리석은 것들. 힘의 파동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이런 장난감 같은 새장에 가둬두고 있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자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모르고 있다.

사정에 의해 본래 가진 힘 중 4분의 3을 봉인하고 있지만 사실상 마계 서열 3위 군단장 1급을 상대로 5시간 이내에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계를 어지럽히지 않고 반려에게 돌아가기 위해 가만히 있을 뿐인데 인간들은 자신들의 편의대로 착각하고 있다.

광대 짓도 이쯤 되면 참으로 재미있어지려고 한다.


“그럼 저녁에 신도들과 전부 이 홀에 모여서 천사님을 알현하는 의식을 거행하지요.”

“현명하십니다.”

“천사님이 어떤 축복을 내려 주실지 기대 되는 군요.”

“마족에게서 우리를 지켜주는 축복이겠지요. 천사님은 신과 근접한 신의 사자 아닙니까.”

“그렇지요. 천사님은 악마에게 혹하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주실게요.”


인간들이 저마다 마음대로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에게 축복을 강요하는 말들을 듣고 새장 속에 있던 천사는 기가 막혔다.

대 천사용 결계진을 이용해 자신을 강제 소환 후 새장에 잡아넣은 것도 참고 있는데 마력 소모가 심한 축복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인간을 마족에게서 보호해야할 이유가 없는데 니들이 과연 진실을 알고서도 그런 소리가 나올 거 같으냐.

신마전쟁은 이미 2천년전에 끝났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인간들은 아직도 신화 속에서 살고 있나보다. 바보들 아냐?




마계서열 2위 마왕보좌 12명 중에 한 명인 신라.

짧게 자른 검은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갈색 피부에 근육질 단단한 몸매를 자랑하나 부하들 사이에서는 공처가로 유명했다.

그런 신라가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마누라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겨우 쉬러 마계에 돌아온 우람을 붙들고 하소연 중이었다.


“내가 그렇게 힘을 제한하는 봉인을 반대했는데 강행하더니 이런 일이 생겼잖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응?”

“형님. 저 피곤하거든요. 죄송한데 직접 해결하세요.”

“내가 직접 나서면 마신 강림이라고 떠들썩할게 뻔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 네가 나 대신에 좀 다녀오면 안 될까? 너는 아직 인간계에 출입이 자유롭잖아.”


우람은 지은 죄가 있어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핸드폰에 잡혔다는 문자가 온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단 말이다. 부탁한다. 바리엘에게 일이 생기면 나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응? 부탁 좀 하자.”


한숨밖에 안나온다. 결혼 전에는 차원최강의 마족이라는 칭호까지 받았던 형이 무슨 일이 없을게 뻔한 형수 바리엘 때문에 비굴해 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괴롭다.

비록 그 형수가 자신이 인간에게 제공한 마법진 때문에 잡혔다고 해도 형이 눈치 채기 전에 우람 자신이 해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형이 진실을 알게 되면 인간계에 세일즈하러 다니지도 못하게 될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위험도가 높기는 하지만 이건 바리엘과 만나서 말을 맞춰둘 필요가 있다.


“알겠습니다. 형수님을 데려오면 되는 거지요. 다녀오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7/12/16 17:38 2007/12/16 17:38
천사교멸망기 l 2007/12/16 17:38

TRACKBACK :: http://kizu80.com/tc/trackback/153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1  ... 418 419 420 421 422 423 424 425 426  ... 570 

카테고리

전체 (570)
횡설수설수다 (33)
사진들 (22)
냐옹냐옹수다 (140)
짧은감상 (12)
끄적거림(짧은글) (9)
끄적거림(일기) (166)
낙서장(線畵/러프) (59)
낙서장(컬러) (44)
횡설수설그림강좌 (7)
그림파일(자료실) (15)
망상의나래 (2)
천사교멸망기 (9)
게임인생 (35)
운전면허도전기 (10)
동영상이야기 (7)
get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