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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교 멸망기 03
천사교 멸망기 2006/09/19 20:34 |
천사교 멸망기.
03 - 대관식날.
하일도를 만나고 온 다음날, 엄하리는 데자뷰 현상을 겪고 있었다.
분명 대관식 다음날 주변에서 숙덕이는 소리와 시선에 신경성 위장염이 생겼었는데 이번에도 꼭 같은 일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무적의 급사부대인 메이드군단.
무시할 수 없는 힘과 파괴력을 가진 집단으로 수도성국에서 [메이드]라는 간판을 걸고 마니아샵을 운영하며 암흑의 내공을 쌓고 있다고 전해지는 어둠의 주민들 이다.
그 누구도 그들을 대적하여 정신이 성한 태가 유지되지 못했다는 전설을 탄생시킨 역전의 용사이자 주인공들이었다.
엄하리는 따끔거리는 위장을 달래기 위해 제산제를 가지고 누워서 쉴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다.
궁전 안에서 관광객과 급사부대의 눈을 피해 국왕이 쉴만한 장소는 제한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로 지정된 구역이었다.
상상해보라 지하 보일러공조실 구석에서 뻗어있는 국왕이 얼마나 애처로울지 말이다.
그런 시끄럽고 듣기만 해도 건강에 지대한 해를 끼칠 듯한 장소가 아니면 쉴 수조차 없다.
엄하리는 오늘도 거대한 기계와 파이프를 통과하면서 나는 소음을 벗 삼아 급사부대의 눈을 피해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였다.
건강에 좋지 않은 장소라도 방해를 받지 않고 쉴 수만 있다면 그곳은 엄아리에게 있어서 천국이었다.
엄하리는 소음조차 방해가 안 될 정도로 행복한 기분에 젖어서 잠들었다.
하일도는 밧줄에 묶여서 움직일 수 없는 엄아리에게 다가갔다.
“가만히 있으면 다치지 않고 끝난다. 하리야.”
엄하리 일생일대 가장 치욕스런 나날의 시작이었다.
하일도는 치욕이 무엇인지 엄하리가 몸소 깨닫도록 가르쳐 주었다.
하일도는 움직일 수 없게 밧줄에 묵인 엄하리가 시끄럽다며 입에다 수건을 둘러서 말을 못하게 한 것이 시작이었다.
“우람!”
하일도가 외치자 공간이 어그러지면서 남자가 방에 나타났다.
지금 나타난 남자는 작은 체격에 호감이 가는 인상으로 미남이라고 부르기는 힘들겠지만 호남이라고 부르기에는 충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엄하리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웃는 얼굴이 앳되게 보였다.
“일도님,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 밥 먹고 올 동안 저거 손 좀 봐줄래?”
우람은 하일도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려 침대위에 포박당한채로 누워서 꼼지락 꼼지락 발버둥치는 엄하리를 발견하였다.
“저거?”
“응, 될 수 있다면 옷 좀 풀어헤치고 야시시한 포즈로 사진 좀 찍고 싶은데.”
“범죄인데요?”
“아직 내 손안에 있는 거니까 상관없어. 아버지 명령이라고. 부탁할게.”
방을 나서는 하일도를 배웅하며 우람은 한숨을 쉬었다.
“저 집안은 어째서 작위만 받으면 사악함이 파워 업 하는 건지.... 에휴. 그나마 저 녀석은 작위를 못받으니 다행인건가?”
대대로 수도성국에서 왕에게 백작 작위를 하사받은 인물들은 하나같이 마족도 울고갈만한 사악함이 몸에 베어있었다.
그나마 가출한 전대 국왕은 양자였기 때문에 같은 국왕이라고 해도 명예직이라 권한이 없어서 하일도부터는 작위를 받지 못한 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우람은 계약자도 아니고 맹약자인 하일도가 부탁했으니 들어는 줘야 하는데 엄아리에게 참으로 미안해지기 그지없다.
“안녕하세요.”
웃는 얼굴에 상당히 붙임성 있는 태도로 엄하리에게 인사를 했다.
잘 알고 못 알고를 떠나서 원래가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는 것을 무기로 장사하는 마족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인사로 안면을 트고 친분이 쌓이면 세일즈에 들어가는 것이 세일즈맨의 기본자세.
“미안합니다.”
우람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오른손 검지를 왕자의 미간에 살짝 올려놓았다.
엄하리는 눈앞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고 의식이 사라졌다.
왕자가 의식을 잃고 죽은 듯이 누워있자 우람은 묶고 있던 밧줄과 수건 등을 제거했다.
침대에 가지런히 왕자를 눕게 하고 우람은 왕자의 위에 올라갔다.
“저 녀석과 나는 심장을 반으로 나누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당신에게 폐를 끼치겠습니다.”
왕자의 몸 위에 그대로 누웠다. 이윽고 우람의 몸은 엄하리의 몸으로 천천히 흡수되듯이 사라졌다.
우람이 사라지자 거짓말처럼 의식을 잃은 엄하리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오랜만에 해본 마술인데 생각보다 힘들군요.”
엄하리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맹약자의 바램대로...”
배가 고프면 신경질적이 되고 화를 잘 내게 된다고 한다. 반대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낙천적이 된다고 하니 인간은 알 수 없는 생물이다.
옷을 걸친 듯 만 듯하게 풀어헤치고 있자니 하일도가 카메라와 장비 등을 들고 웃으며 방에 들어왔다.
“식사는 잘 하셨습니까?”
“대충 먹고왔어. 그냥 네가 그 상태로 대관식 끝 날 때 까지 있어줘도 좋은데.”
“후훗. 나 혼혈인데다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못해서 마법을 오래 유지 못 한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아 아. 알고는 있어.”
하일도는 엄하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우람을 보고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가져 온 카메라를 침대가 잘 보이는 곳에 설치했다.
“그럼 시작하자.”
“예.”
왕자인 엄하리군이 제정신을 차린 후에 말을 안 들으면 엄청나게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사진을 어둠의 주민들 자치구인 [메이드 숍]에 팔아버리겠다고 하일도가 말하는 장면이 눈앞에 선했다.
우람은 하일도와 둘이서 무슨 포즈로 할지 카메라각도는 어찌할지 논의하면서 새삼스레 몸을 빌리고 있는 처지에 왕자에게 속으로 사과했다.
오후 관람객에게 서비스로 국왕의 알현식을 진행해야할 주인공이 사라졌다.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국왕이 안보이자 메이드들은 국왕 찾기에 나설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어찌된 일인지 대관식이 있던 날을 기준으로 해서 현 국왕은 도망을 가려고 하거나 반항을 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백작이나 하일도가 나서서 국왕과 몇 마디 하면 해결되었던 것이다.
이런 왕궁의 소란과는 상관없이 머리를 감싸 쥐며 엄하리는 사색이 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귀가 아픈 소음에 겨우 지하 보일러공조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계를 보았다.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 끝나기 때문에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위장이 아픈 것은 가라앉아있었지만 꿈 때문에 이전에도 똑같은 통증을 느꼈던 일을 생각해냈다.
차로 3일에 걸쳐 이동하여 왕궁에 감금되고 백작으로부터 낯 뜨거운 사진을 강제로 보게되었다.
‘이건 내가 아니야~!!!!!!!!!!!!!!!!!!!’
엄청나게 야했다. 바로 몇 일전까지 용사지망생이었는데 사진 몇 장으로 형용할 수 없는 변태적인 성적취향의 소유자가 되어버릴 판이었다.
‘물론 말썽을 부리시지 않는다면 사진은 폐기처분 하겠습니다.’
당시 백작의 말은 천사의 노래 소리와 같이 들렸다. 뒤에 덧붙임 이 없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대관식만 진행하고 도망갈 예정이었다.
‘왕자님이 대관식을 시작으로 국왕직을 성실히 수행하신 후 은퇴하시면 그때 처분하도록 지시해놓겠습니다. 아시겠지요. 국왕직에 성실하지 못하실 경우 사진은 [메이드 숍]에 넘기겠습니다.’
그 어둠의 집단이 실익과 취미를 위해 운영하는 가게에 사진이 넘어갈 경우 자살 할 테다.
백작과 하일도가 사진을 넘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엄하리와는 별도로 움직여 대관식 날 당일에 수도성에 도착한 하일도는 대관식 진행위원회에 새로운 국왕을 축하하는 일에 백성들 대표로 왕을 알현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하일도가 귓가에 작게 ‘에로 모델 하셔도 되겠수다.’라고 속삭이지만 않았던들 엄하리는 나락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왜~!!! 그 망할 녀석과 커플링이 되어야 하냐고~!!! 죽엇!! 악마의 급사부대~!!!. 대관식 다음날 인생 처음으로 위장에 통증을 느꼈다고. 기필고 처치하고 평화를 되찾을테다!.”
“그거야 국왕님이 백작아들을 보고 얼굴을 붉혔으니 그 인간들이 망상을 폭주 시킨 거 아닙니까. 5분 뒤면 점심시간 끝나요.”
어느새 보일러공조실 관리장이 돌아와 있었다.
“언제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줘서 고마워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 열심히 해주세요. 국왕폐하. 허허허.”
50세가 넘은 보일러공조실 관리장은 문을 열고 나가는 국왕의 뒷모습을 보며 즐겁게 웃었다.
엄하리는 급사부대의 눈을 피해 쉴 공간을 제공해주는 보일러공조실 관리장을 늘 감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관리장의 마누라가 전설의 급사부대를 파워 업 시킨 인물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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