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교 멸망기 프롤로그.
천사교 멸망기 2006/09/03 14:47 |
천사교 멸망기.
00 - 용사출현.
작은 키로 무리하게 굽 높은 구두를 신은채로, 레이스가 치렁치렁하게 달린 척 보기에도 효율성과 현대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며 평소 [엘리자벳]이라고 불러달라고 주장하던 아리 공주는 괴한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공주는 드레스가 망가지는 것을 꾹참고 숲에서 잠시 숨어있을 계획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괴한들은 숨어있는 장소를 쉽게 찾아내고 있었다. 잡히기 직전에 간신히 도망치기를 수 차례.
반나절 동안 쉬지않고 험산 숲속을 달렸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꼬이고 말았고 순간적으로 균형을 잡지 못해서 엘리자벳 공주는 흙 바닥에 넘어졌다.
"아얏. 어머나. 어쩜 좋아."
엘리자벳 공주는 결국 숲 가장자리에서 도망치다 넘어져 괴한들과 달갑지 않은 조우를 하게되었다.
지금 공주인 자신을 잡으려고 나타난 사람은 소꿉친구였다고 할 수있는 헤럴드 백작과 그와 계약한 마족이다.
헤럴드 백작은 비교적 큰 키와 핸섬한 얼굴로 인기가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공주라는 인식이 희미해서 동생대하 듯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백작과 나타난 마족은 일전에 있었던 일로 안면을 트고 있었으나 공주입장에서는 그 의외로 귀염성있는 얼굴과 붙임성좋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푸핫. 아리야. 코피난다. 크큭큭..."
" 네 이놈! 헤럴드. 비웃는게냐. 나를 잡았다고 모든게 끝이라고 할 수 없느니라. 현 국왕폐하인 엘리엇 오라버니가 가만히 계실 것 같으냐!"
"화내는 모습도 예쁘십니다 그려. 자, 여기 손수건 드릴테니 얌전히 붙잡혀 주세요. 공.주.님.♡."
"내가 아무리 도망중이라고는 하나 마족에게 회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게냐?"
말과는 달리 순순히 마족이라 부른 사내에게서 손수건을 받아드는 엘리자벳 공주였다.
코피라니, 손에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 공주의 프라이드가 용납하지 못한다.
도망중이라도 꼴사나운 모습으로 잡혔다고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달갑지 않다.
공주가 헤럴드라고 부른 사람과 그와 계약한 마족의 꼬인 성격이면 소문내는 것도 뼈에 살을 붙여서 확실하게 하지 부실하게 하지는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천사님을 만나기위해 기세좋게 가출하여 1주일 만에 추격자에게 잡혀가는 것도 모자라, 막말로 자기발에 자기가 넘어진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고 하는 사실은 절대적으로 국민들과 현 국왕폐하에게 비밀로 해야만한다.
들켰다가는 더이상 시집도 못가게 되기전에 선봐서 결혼하라고 스트레스 받을게 분명하다.
"나 시집 못가면 책임져."
"싫어."
단칼에 거절당했지만 망신살이 뻗쳐서 시집도 못가면 억울해서라도 물귀신 처럼 물고 늘어질테다. 엘리자벳 공주는 헤럴드 백작을 노려보았다.
올해 나이 18세. 고향에 있는 그녀에게 청혼하기 위해 그럴싸한 타이틀을 확보하려고 발버둥 치던 중 용사지망생 모집이라는 광고에 혹해서 용사양성소에 등록하고 6개월이 지났다.
정해진 교육과정은 전부 이수하여 용사의 타이틀을 땄으나 애써 배운 것들을 실행할 기회가 없었다.
생각이 너무 물렀던 것일까?
세상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으며 용사를 필요로 하는 일은 생길 것 같지도 않다.
이생각 저생각 끝에 숲에사는 몬스터나 퇴치한 후 고향에 돌아가는게 그나마 세상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용사 타이틀을 달고 고향에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목수일이나 배워서 먹고살아야 하는가.....
'네 이놈! .. 나.... 잡았다고 ..... 끝이..... 없느니라. ....국왕... ..... 계실 것 같으냐!'
'.... 화내는..... 예쁘...... ..... 얌전.. 붙잡 .... 공.주.님.... '
멀리서 드문 드문 들려오는 여성의 화를 내면서도 어딘가 벼랑끝에 몰렸다는 인상을 주는 목소리와 아무래도 악당이라고'만' 생각되어지는 사악한 남자의 목소리.
용사가 가만히 있으면 용사양성소 수료증이 울지도 모르는 하늘이 내려준 행운이었다.
본능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더냐!?. 무법자 무리여 공주님을 놔주고 순순히 용사의 검을 받으라!"
용사는 배운대로 충실하게 보자마자 악당이라고 확정지은 남자2명에게 소리쳤다.
배운대로 악당을 제압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보니 공주와 납치범 2인조는 황당하다는 듯이 용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0.3초 후.
"약먹었냐?"
"미친놈."
"마족과 계약시에는 우람을 외쳐주세요."
세 명은 각자 할 말을 하고는 용사라고 나타난 존재를 머리와 눈에서 지워버리고 실갱이 모드로 돌아갔다.
"헤럴드님. 저는 돌아가서 가만히 앉아 숙녀수업을 강제로 받아야하는 처지가 되고싶지 않다는 겁니다."
"아리야. 하씨 집안에서 얼굴도 제일 핸섬한 일도님을 헤럴드라고 부르지 좀 마라. 버터 좔좔흐르는 명칭에 창피해서 얼굴도 못들겠다. 자기 주장이 강한게 좋기는 하다만 단언하건데 민.폐.다. 혈관마크 빠직. 알겠냐?"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지요. 이번에도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아, 우람. 수고했어. 고마워."
헤럴드는 마계 영업사원 중에서도 가장 바쁘다는 우람이 직접 나서서 도와준게 고마워서 활작웃으며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머낫! 헤럴드. 남자에게 웃어주다니. 그러니까 수도성에서 호모라고 소문나지요. 그 상냥함을 귀족 부인들과 숙녀분들에게 나줘주라고욧! 아무리 내숭 백단이 집안 교훈이라도 우리 엘리엇 오라버니가 장가를 못가면 다 헤럴드백작~! 당신탓이예욧!!"
"저기말이다. 아리야. 나 호모 아니거든.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거야?"
"아리라고 부르지 말아욧!! 저야말로 혈관마크 빠직이네욧."
"이래서 생리중인 여자란~"
"뭐.라.고.했.습.니.까~. 헤럴드 백작. "
구해야할 공주에게서는 외면당하고 악당중 마족이라는 사내는 사라져버리고 남아있던 악당도 공주와 아는 사이다. 결과가 참으로 시원도 하고나.
용사체면에 그냥 물러설 수도 없는 법.
"죄송한데요. 저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안될까요?"
"당신, 아직도 있었습니까?"
"너,아직도 있었냐?"
공주에게 헤럴드라고 불린 하일도와 공주는 동시에 대답하고는 기분나쁘다는 듯이 서로 노려보았다.
"저기요. 제가 공주님을 구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너, 상황파악 안되냐? 어디 출신이야?"
"예? 무슨 말씀이신지."
"어디 양성소 출신이냐고?"
"남부 양성소에서 올해 용사지망생 과정 이수했습니다."
"남부라고 하면... 어디보자..."
하일도는 필사적으로 머리속에서 가끔 필요하기는 하지만 절대로 얽히고 싶지않은 목록으로 분류되어있던 파일을 뒤적였다.
이름 : 남부 용사 양성소.
형태 : 학원.
원장 : 장수철.
기타 : 장수철의 본업은 상인. 현재 통신판매에 주력 중. 양성소는 부업.
하필이면 그 악질 세뇌의 달인에게 길러졌다는 말이냐. 눈에서 용사전용 콩깍지를 벗기려면 충격요법밖에는 선택사항이 남아있지 않았다.
"헤럴드님. 상태가 안좋아 보이십니다. 호호홋"
"남이 필사적으로 경악하고 있는게 즐겁냐? 이런 것도 공주라고 백성이 불쌍하지. 어이구. 남부 용사 양성소라고 하면 네가 늘 자랑하는 그 오라버니가 용사가 되겠다고 가출해서 찾아간 곳이야."
"에에엣~! 거짓말! 그 용사 세뇌를 풀기위해 3개월간 왕실 기사단 연병장에 굴러다니던 오라버니가 생각나는 군요."
공주는 헤럴드백작과 뭔가를 쑥덕거린후 불쌍하다는 듯이 용사라고 나타난 청년을 눈물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용사는 공주의 물기어린 눈과 마주치자 슬슬 뭔가 잘모 되었나 싶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일도가 용사에게 이리오라며 손가락을 까닥인다.
"장씨 아저씨는 잘계시냐?"
"어, 아십니까?"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 하일도에게 갑자기 친근감이 드는 용사였다.
친근감이 들자마자 배신감도 들었지만 결국 눈에씌인 용사전용 콩깍지는 확실하게 떨어져 나갔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